『회색인간』
연현중 3학년 정주원 칼럼
김동식 소설집 『회색인간』
2017년, 첫 단편소설집 『회색인간』의 흥행을 시작으로 10권의 ‘김동식 소설집’ 시리즈와 그 외의 중·단편 소설들을 써낸 김동식 작가는 지금도 소설을 집필하며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는 소설가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그의 소설은 압도적인 반전과 술술 읽히는 스토리, 이야기로 빨려 들어간 듯한 몰입감이 일품이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작품 대부분이 어두운 편이며,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주제가 많고, 더불어 약간의 풍자 요소까지 들어가다 보니 짧은 글이지만 읽고 나서도 여운이 오래간다. 그렇다고 해서 소설이 너무 깊고 어두운 느낌만 주는 것은 아니다. 칙칙하고 철학적이더라도 그 속에는 분위기를 환기해 줄 풍부한 재미와 조금의 유머러스함이 담겨 있다. 그리고 몇몇 작품은 감동적이고 희망찬 분위기를 자아내는 약방의 감초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읽으면서도 쉽게 지루해지지 않는다.
또한 소재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 놀라운 점인데, 작가의 머릿속이 궁금할 정도로 알차고 재밌는 소재가 많다. 어떤 작품은 인간의 본질을 꿰뚫기도 하고, 인간의 추악함과 본능을 재치 있게 써 내려가기도 하며, 아스팔트에 피어난 꽃처럼 어두운 상황 속에서도 일말의 희망을 보여 주기도 한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일어날 수 없는 판타지적인 요소들을 소설에 어떻게든 녹여 내어 “이게 가능한 일인가?” 싶으면서도 괜스레 상상해 보게 되기도 하고, 예측 불가능한 결말과 반전을 이끌어 내어 독자를 자극하는 등 어떻게 해야 소설이 재밌어지는지를 꿰뚫어 보는 것 같다.
단편 하나를 예로 들어 보자. 한 사내가 있다. 그의 아내는 며칠 전 교통사고로 죽었지만 그에게 죄책감이나 슬픔 따위는 없다. 그래도 아내에 대한 도의로 그녀가 평소 기부하던 보육원에 100만 원을 기부한다. 그러나 보육원 측은 그가 5억 원을 기부했다고 착각하고 기사까지 낸다. 사내는 보육원 측이 붕어빵집 사장이 넣은 것을 자신이 넣은 것으로 착각한다고 생각하고, 붕어빵집 사장의 입을 막기 위해 고민한다. 하지만 사실 사내는 자신도 모르게 5억 원을 기부한 것이었고, 자신이 아내를 많이 사랑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떤가? 중간까지는 냉랭하고 감정 없는 사내였지만 마지막에는 아내를 그리워하며 후회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이 같은 반전과 탄탄한 전개, 구성이 김동식 작가의 소설을 읽는 큰 이유 중 하나인 것 같다. 짧은 단편들이 많아 가볍게 읽기에도 손색이 없고,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 만큼 다양하고 흥미로운 주제들이 많다. 한 번쯤은 읽어 보고 이 깊은 여운에 잠겨 보길 바란다.